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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 Data Science

TVIX의 후예?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급락장에서 제일 주목 받은 종목 중 하나인 TVIX가 지난 6월 상장폐지(de-listing) 됐다. 다수의 한국과 미국 언론에서 동학개미와 미국개미의 원픽이었던 TVIX가 발행사의 자진상장폐지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렇게 인기가 많던 종목을 왜 자진해서 상장폐지 했을까? 그 동안 변동성 투자로 재미를 봤던 투자자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왜 자진상장폐지를 했을까?

발행사인 Credit Suisse는 자사의 장기 성장전략상 상장폐지를 시킨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혔지만, 업계와 언론에서는 운용상의 어려움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져 상장폐지 하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ETF와 ETN 운용사는 투자자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팔린 만큼 해당 기초자산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즉, 투자자에게 TVIX 100을 팔면, VIX 선물을 100만큼 사놓는다는 의미다. 그래야 나중에 투자자가 환매를 원하면 기초자산을 팔아서 약속된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폭락장이 오면서 TVIX를 사려는 투자자의 수요는 많은데 그만큼을 선물시장에서 사놓기가 힘들어졌다. 시장참여자 대부분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면서 VIX선물의 공급대비 수요가 폭발한 것이다. 수요-공급의 법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상황에서 운용사가 얼마나 힘들어졌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Credit Suisse는 회사 평판 하락을 감수하고 잘나가는 상품의 자진상장폐지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지들 맘대로 상장폐지 시켜도 되나?

그렇다. 발행사 필요에 따라 상장폐지 시킬 수 있다. 거래소 규정상 ETN의 거래량이 일정수준 미만이거나 벤치마크지수 대비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면 상장폐지 하도록 되어있고, 또 발행사가 필요하면 자진상장폐지도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그래도 발행사는 웬만하면 상장폐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회사의 평판 리스크가 제일 큰 이유다.


ETN이 ETF보다 위험하다던데

이번에는 다행히 발행사 부도로 인한 상장폐지가 아니어서 투자자들은 돈을 모두 날리진 않겠다. TVIX가 상장폐지가 되긴 했지만 장외시장에서 여전히 거래가 되고 있으며, 현재가도 계속 HTS 시세창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다만 TVIX를 되팔기가 너무 어려워진 것이 문제다.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으니 장외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직접 거래상대방을 찾아서 팔아야 하는데, 개미투자자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Credit Suisse는 계약서에 명시한대로 2030년 만기일까지 상품을 운용하긴 한다고는 밝혔다. 하지만 ETN은 Exchange Traded Note의 약자이고, 이 상품이 더 이상 Exchange Traded가 아니게 되었으니 더 이상 ETN이 아닌 단순 장외채권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이해해야겠다. (ETN과 ETF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금융공학 레시피)


대안 상품이 있나?

물론 있다. Investing.com에서 VIX로 검색하고, 결과를 미국 ETFs로 필터링 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나온다. 이 9개 상품 중 TVIX와 함께 사라질 VelocityShares 상품들(VIIX, ZIV)을 제외하고, 인버스 상품(SVXY)도 제외한다. TVIX가 단기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는 것을 감안해 중기선물에 투자하는 Mid-Term 상품(VIXM, VXZ)도 제외한다.

[Source: investing.com]


이제 남은 건 VIXY, XVZ, VXX, UVXY. 그럼 얘들의 지난 3월1일 이후 수익률 그래프를 보자. 어차피 VIX라는 상품은 단기투자용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니 1년짜리 그래프 같은 거 볼 필요 없다.

[Source: finterstellar.com]


최근일자 기준으로 보면 XVZ가 제일 선방한 듯 하다. 그런데 주가가 바닥을 쳤던 3월 중순을 보면 XVZ 너무 재미 없었다. 반면 지금은 제일 수익률이 낮지만, 3월달에 제일 재밌었던 종목은 당연한 결과지만 UVXY다. 다른 상품은 1배짜리 상품이지만 UVXY는 1.5배짜리 상품이니까 그럴 수 밖에. TVIX가 변동성 상품 중에서도 원픽으로 꼽혔던 이유도 유일한 2배짜리 상품이었기 때문이었다. VIXY와 VXX는 똑같이 움직여서 그래프에서 겹쳐 보인다. 둘 사이에 수익률의 차이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럼 XVZ는 왜 저렇게 재미없게 움직일까? 상품설명서를 들여다보자. (금융상품을 분석하는 법이 궁금하다면, 금융공학 레시피)


XVZ, Dynamic VIX ETN

구성정보를 뜯어보니 XVZ는 단기상품이 아니라 단기와 중기의 혼합상품이었다. 특히 혼합 비율이 단기:중기=2:8로 중기상품 위주로 구성된 상품이다. 그나마도 고정비율이 아니라 그때그때 비율을 달리한다니, 삼성자산운용이 원유선물상품(ETF, ETN)을 운용하면서 보여준것처럼 펀드매니저 마음대로 투자비율을 조정하면서 하면서 벤치마크보다 훨씬 낮은 수익률을 가지고 올 수도 있는 상품이 되겠다. 이런 상품은 TVIX의 후예가 될 수 없다.


변동성 투자는 변동성 투자답게

변동성 투자는 변동성 투자다워야 한다. 어차피 단기 투자를 위해 가져가는 상품인데 화끈하게 가는게 답이다. 변동성에 투자한다면서 장기 수익률이 어쩌고 안정성이 어쩌고 하는 키워드를 생각한다면 이쪽이랑 결이 맞지 않는거다. 다만, 베팅을 크게 하고 싶으면 높은 배수의 상품에,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면 낮은 배수의 상품에 걸어보는 것이 좋겠다.


더 고려할건 없나?

남은 세 개 상품의 수수료를 비교해보자. UVXY 0.95%, VIXY 0.85%, VXX 0.89%. VIXY 승. 유동성은 셋 중 제일 낮은 VIXY도 하루 평균 1백만주 이상 거래되니 모두 OK. 다만 UVXY와 VIXY는 ETF이고, VXX는 ETN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ETF는 담보대출을 해주는 셈이고, ETN은 신용대출을 해주는 것과 비슷한데, 그렇다면 ETN에 무언가 더 혜택이 있어야 공평하다. VIXY와 VXX는 수익률도 동일하고 수수료는 VIXY가 더 싼데, 심지어 VIXY는 ETF라면 둘 중에는 당연히 VIXY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결론, 투기 vs. 헤지

TVIX가 떠난 자리를 채울 후예는 UVXY다. 변동성에 장기투자 하자고 들어가는 사람은 없을테고, 짧고 굵게 치고 빠지겠다는 전략이라면 VIXY 대비 0.1% 높은 UVXY의 수수료가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반면, 변동성을 투기가 아닌 헤지 목적으로 접근한다면 1배짜리인 VIXY도 괜찮은 대안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