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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살림남 이야기

전업주부에게도 주말은 소중하다

일요일 저녁, 주말이 끝나가고 있다.

내일 출근도 안하는데 왠 주말 타령이냐고? 

그러게, 나도 예전에는 월요병이라는 말은 직장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인줄 알았다. 일요일 저녁에 개콘을 시청하는 것이 주말이 끝나고있다는 신호라던 시절도 있었고, 그 주말을 조금 더 늘려보겠다고 '다큐멘터리3일'이니, 'SBS스페셜'이니 하는 프로그램까지 시청하다보면 월요병이 더 심화되곤 했다. 무엇보다 월요일 아침부터 일어나서 9시 까지 출근하는 것 부터 피곤함이 직장인 월요병이라는 요리의 주 재료가 되고, 주말동안 놀던 가락에 월요일에는 더더욱 일하기 싫다는 기분은 MSG를 더한다.


직장인 월요병의 주 재료와 MSG는 주부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먼저, 월요일 아침. 내가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려면 나도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을 챙겨주고 라이드를 해줘야한다. 한국에서야 애들이 걸어서 학교에 다녔으니 일어나기 싫으면 알아서 가라며 늦잠이라도 잘텐데, 미국은 차 없이는 학교에 갈 수 없으니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직장인의 월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는다. 귀찮아도 아침은 거르지 않고 꼭 먹는다. 씻고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서는 시간은 7시 40분. 압구정동에서 362번 버스를 타고 여의도에 도착하면 8시 30분. 8시 40분에는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다. 출근하기에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딱 적당한 시간이다. 

조금 늦장을 부려 7시 40분보다 늦게 나오게되면 지하철을 이용해야 한다. 압구정역에서 3호선을 타고, 고터에서 9호선 급행을 갈아타고 출근하면 출근시간이 15분 단축된다. 꼭 급행이어지, 완행은 단축 효과가 5분으로 줄어든다. 마침 고터에서 8시 22분 쾌적 급행이 있어서, 이걸 타면 여의도역에 8시 32분에 내린다. 이 열차는 출발지가 종점이 아닌 신논현 역이라 강남지역 출근러들이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급행열차다. 이렇게 하면 버스를 이용할 때 처럼 앉아서 편하게 출근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8시 40분 즈음에 사무실에 세이프.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아내가 챙겨주길 바라며 늦장을 부리고 있을 수는 없다. 아내도 나랑 똑같이 바쁘니. 아니, 나보다 훨씬 더 바쁘다. 나야 내 몸 하나 챙겨서 출근하지만, 아내는 애들 학교 등교까지 책임지고 출근한다. 다행히 회사에 탄력근무제가 있어, 이를 이용해 출근을 한 시간 늦게 출퇴근하며 아침에 애들을 챙긴다.

살림남의 월요일, 아내가 집을 나서는 시간은 6시 30분, 큰 아이는 7시 15분, 작은 아이는 8시 10분. 

맨하탄까지 장시간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아내는 버스에서 속이 불편할 수도 있다며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한다. 맨하탄이 어떤 곳인가, 세계의 부를 손에 쥐고 흔드는 곳이 아닌가. 식비가 엄청 비싸다. 외벌이 생활로는 맨하탄에서 맘편히 뭘 사먹고 지낼 수가 없다. 그래서 맨하탄 가서 먹으라고 베이글이나 빵을 챙겨준다. 점심값도 부담스러우니 간단히 도시락도 준비한다. 아내는 아침을 먹지 않아도 나는 아침을 먹는다. 아침이니까 죽이나 빵으로 간단하게.

아내가 집을 나서는 시간은 동트기 전이라 밖이 아주 깜깜하다. 내가 얘기 했던가? 뉴저지의 밤은 한국의 밤처럼 환하지 않다. 가로등도 거의 없어서 그야말로 칠흑같은 어둠. 정말 아무것도 안보인다. 밤에 운전하고 가노라면 보행자나 동물들이 보이지 않아, 다른 차가 없다면 상향등이 필수다. 버스 정류장이 걸어서 10분 거리이긴 하지만, 동트기 전에는 보행이 위험해서 라이드를 해준다. 이젠 날씨가 추워져서 5분 전에는 나가서 시동을 걸어놔야 앞 창문에 서리를 제거하고 운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아내 라이드를 나가기 직전에 큰 아이를 깨워놓고 나간다.

애들은 아무리 맛있는걸 해줘도 아침엔 씨리얼이 최고라며 씨리얼만 먹는다. 다행히 아침 준비는 아주 편하다. 라이드를 마치고 돌아오면 아이는 아침을 먹고있다. 나는 그 사이 아이가 빼놓은 드림렌즈와 교정기를 세척한다. 오늘의 점심값, 생수 한 통, 그리고 날씨를 봐서 우산이나 옷을 챙겨주고 큰애를 데려다준다. 학교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도시락을 싸야했다면 훨씬 더 빨리 일어나야 했을텐데.

큰애를 데려다주고 집에 오는 길에 작은 아이에게 전화를 한다. 모닝콜이다. 더 일찍 깨우면 잠이 부족하고, 더 늦게 깨우면 시간이 부족하다. 작은 아이가 아침을 먹는 동안, 학교에서 먹을 간식과 물을 챙겨서 가방에 넣어준다. 간식은 주로 방울토마토, 포도 같은 간단한 과일이나 과자를 싸준다. 건강을 생각하면 과일만 매번 싸주고 싶지만, 아이가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나도 귀찮기도 해서 과자를 자주 싸준다. 

이렇게 라이드 미션이 끝나면 설거지,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 빨래로 이어지는 집안일의 무한루프가 기다리고 있다. 이 무한루프 속으로 바로 뛰어들긴 싫어서 학교 앞 마트에 들러 커피 한 잔. 그렇다, 우리 동네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어떤가, 여기까지만 들어도 전업주부에게 얼마나 주말이 소중한지 느껴지지 않는가? 전업주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