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저지 살림남 이야기

가사노동, 그 무한루프에 들어가다

전업주부의 가장 큰 임무는 뭐니뭐니해도 집안 일, 즉 가사노동이다.

살림남 생활을 두 달 정도 해보니 가사노동은 끝이라는게 없는 것 같다. 아침 설거지 하면서 점심은 뭐 먹을까 궁리하고, 점심  설거지 하면서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무한루프다. 


끼니때가 되서 저녁메뉴 고민하면 되지 않냐고? 그럼 재료는 언제 준비하냐? 집에 있는 재료라도 냉동실에서 꺼내놔야 요리할 때 맞춰서 요리할 수 있는 상태로 해동이 될테고, 집에 없는 재료라면 마트를 다녀와야지. 게다가 불고기나 갈비 같은 미리 준비해야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먹고싶다면 식사준비는 더 길어진다.

하루 세 끼를 먹어야겠기에 식사준비와 정리는 어쩔 수 없이 하루에 세번. 청소와 빨래는 하루에 한번으로 막고있다. 빨래와 청소는 하루라도 안하면 바로 티가 나는 일인데다가, 미뤄놔봤자 다음 날 두 번 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이렇게 대표적인 집안일 말고 자잘한 집안일들이 또 있다. 별거 아니지만서도, 하루에도 여러번 씩 하는 환기를 하려면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러 온 집안을 다녀야한다. 아침에 애들 학교 보내고나면 일단 환기, 식사 준비하면 음식냄새 빠져나가라고 환기, 다 먹고나면 환기, 청소하면 환기. 왜 이렇게 환기를 열심히 하냐구? 요리 하면서 공기청정기에 표시된 숫자를 보면 누구든 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걸?

주부에게 집안일만큼 중요한 또 다른 미션은 바로 라이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아침에 세 번, 오후에 한 번 라이드를 나간다. 운전이야 뭐 편한 일이니 그냥 하면 되는데, 집에서 뽀작뽀작 뭘 하고 있다가 나가려면 가끔 귀찮기도 하다.

살림남에게는 다른 주부와 달리 추가 업무도 있는데, 원래 남자들이 해야하는 일들이 그렇다. 자동차 정비, 각종 수리, 쓰레기 분리수거, 아이들과 놀기 등. 직장생활 하다가 주말에 잠깐 이런거 할 땐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젠 일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가사노동은 회사에서의 일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몸을 써야 한다는거. 머리를 잘 쓴다고해서 안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직장일은 어느정도 이상 단계에 이르면 단순하거나 귀찮은 일은 남에게 맡기고 중요한 일만 골라서 할 수 있지만, 가사노동은 다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내가 해야만 한다. 심지어 똑같은 일이라도 직장에서 하는것과 집에서 하는건 달라진다. 요리를 예로 들어볼까? 집에서 밥 차릴땐 마늘 까기 같은 재료 손질부터 최종적으로 요리에 맛을 내는 전 과정을 혼자서 다 해야하지만, 레스토랑 주방장이라면 재료 손질 같은 단순한 일은 신입에게 맡기고 자신은 불 앞에서 조리만 하면 되는거다.

어떻게 하면 전업주부가 이 무한루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정답은 있다. 돈을 많이 벌어서 가사노동 전체를 외주를 주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20세기 발명품 중 인간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최고의 발명품은 세탁기라는 얘기를 들었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에는 빨래를 잔뜩 들고 물가로 가서 방망이로 두드리며 때를 빼고, 비눗물을 헹구고, 온갖 힘을 줘가며 물기를 짜야했는데, 이젠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버튼만 눌러주면 기계가 알아서 다 해주고 한 시간 후에 주인님을 부른다. 게다가 요즘엔 건조기도 많이 보급되서, 빨래를 널어서 말리는 수고 까지도 사라졌다. 컴퓨터보다 훨씬 더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인 발명품이 맞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탁기처럼 끼니마다 요리를 자동으로 해주는 기계는 없을까? 그것도 인간처럼 매번 메뉴를 바꿔가며 해주는 그런 기계가 필요하다. 소설 속에서처럼 가사도우미 로봇이 나와서 이 모든걸 대신 해주면 좋겠다. 

이런 일 들 중에서 라이드가 제일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수 있겠지? 얼른 자율주행차가 시판되기를 기다려본다.